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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빙돈 단권 성경 주석』사건

hairyMES 2009. 2. 18. 11:53
[출처: 엠파스]

『아빙돈 단권 성경 주석』사건

1934년 당시 식민지 조선에서 장로교와 감리교의 젊은 신학도들이 개신교 선교 50주년을 기념하여 『아빙돈 단권 성경 주석』이라는 책을 출판하였는데, 이것이 개신교회와 신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미국의 유명한 기독교 출판사였던 아빙돈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은 당시까지의 신학적 연구 성과를 총망라하고 부분적으로는 고등 비평까지 수용하는, 당시로서는 해외에서 인정받는 최첨단의 성경 주석서였다. 먼저 감리교 교육국 총무였던 유형기 박사가 전체 편집을 책임지고 양주삼, 정경옥, 김창준, 전영택, 변홍규 등이 주축을 이루어 번역을 시작하였다. 이어 당시 장로교 소속으로 미국과 일본에서 신학을 공부하였던 송창근, 김재준, 채필근, 한경직 목사도 이에 찬동하여 번역에 동참하여 번역본이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장로교측에서 문제를 제기하였다.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던 미국인 선교사들과 길선주 목사를 비롯한 보수적인 정통주의 신학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1934년 12월에 한성 도서출판 주식회사에서 출판한『아빙돈 단권 성경 주석』을 이단서라고 규정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출간에 참여한 장로교 소속 목사들을 처벌하라고 총회에 건의하였다. 그리하여 이듬해인 1935년에 열린 제24회 예수교 총회에서 이 문제는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었고, 이 책의 번역과 집필에 관여하였던 목사들을 소환하여 심문하였다.
총회의 결정에 대해 젊은 신학자 네 사람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필근 목사는 자신이 잘못했고 다시는 집필하지 않을 것이며 재판이 되면 자신의 글은 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그러나 김재준, 송창근, 한경직 등 세 사람은 따로 성명서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다 교단의 압력이 심해지자 장로교 신학교 기관지였던 『신학지남』의 편집장 남궁혁의 권유로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러자 총회측에서도 일단은 덮어두고 넘어가기로 하였다고 한다.
과연 단권 주석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 있었기에 이런 사건이 벌어졌던 것인가? 그 속에는 이런 구절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성경은 신약과 구약 두 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것으로 보아 다른 문헌과는 다르다 하나 그것은 다만 참고의 편의를 위하여 후인의 손에 의한 것이요 원작자들이 구분하여 놓은 것은 아니다. 그 뿐 아니라 최근 번역을 제외하고는 옛부터 성경은 산문처럼 번역하여 왔다. 그러나 성경에는 여러 가지 문학적 형식이 섞여 왔다."
즉 성경이 하느님의 영감에 의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각 권이 쓰여진 시대적 문화적 배경, 문학적 양식, 기록한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빙돈 주석이 역사 비평적 입장이나 양식사적 입장에서 서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당시 조선의 개신교계를 장악하고 있던 선교사들과 보수적인 목사들의 눈에는 이런 주장들이 성경의 절대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도전으로 비추어졌다. 이 사건을 전후하여 당시 조선에서는 보수 신학과 진보 신학이라는 양대 신학적 흐름이 등장하였다. 결국 개신교는 해방 이후에 신학적 입장의 차이에 따라 기독교장로회와 예수교장로회로 분열하게 되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성경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가의 문제를 두고 벌어진 것이었다.